돈값하는 영화 후기

'주거 불안 포스트 아포칼립스' <넷플릭스> 액션/스릴러 군상극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crete Utopia, 2023)’ 후기

쿠엔틴핀처 2024. 4. 11. 20:13

https://www.netflix.com/title/81730166

 

콘크리트 유토피아 | 넷플릭스

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 무너지지 않은 단 하나의 아파트 안에서 생존자들이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무자비한 싸움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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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엄태화

■출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공식 시놉시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스릴러 소행성 충돌 후 모든 콘크리트를 쓸어버린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아파트 안과 밖에 살아남은 이들의 사투를 그리는 작품

 

★관람전에 든 생각★

'한국형 재난 영화’가 관람전에 내가 알고 있던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한 유일한 정보였다. 거기서 유추할 수 있는 전형적 한국형 재난 영화의 특징들이 머릿속에 막 떠올랐다.

심각한 분위기에 앞서 훈훈한 유머들이 계속해서 나오며 스토리가 전개되고 현실에서 있을법한 엄청난 규모의 사고가 발생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때마침 등장하는 영웅스러운 주인공이 목숨을 바쳐가며 희생하는 영화는 혹시 아닐까? 살짝 걱정을 했다.

★관람 후기★

예상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고 여러 면에서 취향 저격이기도 하지만 대중적으로 모든 이들에게 다 먹힐까? 싶을 정도로 희망 한줄기 없는 암울한 디스토피아 물이라 이런 한국 영화가 흥행해야 좀 더 다양한 포맷의 대작 영화들이 한국에서 쏟아져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굉장히 응원하고 싶어지는 작품이었다.

 

■단순한 재난 영화라기보다는 재난이 발생하고 난 후에 생존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지에 대한 영화였다.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드라마 장르에 속한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눈길을 확 끄는데 ‘아파트’가 우리나라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파악이 되는 짧고 명확한 내용이라 어떠한 사전 정보가 없는 제3자가 봐도 이해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될 시청각 자료 역할을 톡톡히 한다.

블랙코미디스러운 장면들 연출이 굉장히 좋았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피식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몇몇 장면들을 포함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희망적인 행진곡 풍의 음악이 조화를 이루고 차츰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그려내는 점이 봉준호 영화에서 볼법한 스타일의 연출이었다.

■공간적 제약을 전제로 인간들끼리 대립하는 점에서는 영화 ‘미스트’, 드라마 ‘스위트홈’이 어느 정도 연상은 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명백히 블랙코미디 장르라서 서사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이병헌이 연기하는 ‘영탁’ 캐릭터는 거의 독보적이라 어느 정도 대척점에 있는 강한 인물이 한 명 더 있었다면 대결구도가 더 살지 않았을까 싶다. 워낙 이병헌이 신들린 연기를 보여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영탁’이 워낙 튀는 캐릭터라 그 외에 주변 인물들의 존재감이 약하다. 이병헌은 점차 권력의 힘을 얻어 가며 폭력적으로 변화해가는 ‘영탁’의 모습을 너무 리얼하게 연기해냈다.

■재난의 원인이나 일어나기 전 사전 경고를 하며 시간 끄는 장면을 싹 걷어내고 불친절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난 장면은 순식간에 일어나고 바로 사람들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점이 맘에 든다.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무엇인지를 가장 잘 탐구할 수 있는 장르가 디스토피아/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이다. ‘좀비’의 공격을 받거나 ‘외계인’에게 침략을 당하거나 ‘식량’을 얻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거나 인간이 어떤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성을 어디까지 유지하는가? 나의 생존을 위해 도덕성을 어디까지 넘어설 것인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그에 대한 각성을 해볼 수 있는 장르로 최적화되어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도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데 교훈적이기보다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내가 저 입장에서 어떻게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을 잘 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