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값하는 영화 후기

백인들이 감추려 했던 탐욕의 역사 <애플TV플러스> 수정주의 서부/범죄 영화 ‘플라워 킬링 문 (Killers of the Flower Moon, 2023)' 후기

쿠엔틴핀처 2024. 4. 11. 16:18

 

 

'플라워 킬링 문' - Killers of the Flower Moon 보기 - Apple TV+ (KR)

1920년대 오클라호마주 오세이지 부족 땅에서 석유가 발견된 후, 부족 사람들이 한 명씩 죽어 나가자 FBI가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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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좋은 친구들', '카지노',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연출)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 릴리 글래드스톤, 제시 플레먼스

■시놉시스: 1920년대 오클라호마의 오세이지 원주민 부족 땅에서 석유가 발견되고 막대한 부를 누리게 되는데 이후 원주민들이 계속해서 살해당하고 FBI가 개입해서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그의 두 ‘페르소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가 함께 작업한다는데 개봉날 영화관을 가지 않는다는 건 나에겐 범죄나 마찬가지다. 개봉날에 처음 봤고 ott에 올라온 첫날 다시 감상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역할을 맡기로 했던 FBI 수사관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원작 소설의 내용을 디카프리오가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재산을 노리고 원주민 여성 ‘몰리’와 결혼하게 되는 ‘어니스트 버크하트’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의견을 냈고 결국 영화의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수사관의 입장에서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범죄 미스터리 수사물의 형식이라 재미는 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백인의 원주민에 대한 만행을 낱낱이 공개하며 과거에 대한 반성으로서는 ‘어니스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내용이 이 연쇄살인사건이 오세이지 원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더 제대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크다. 결국 디카프리오는 ‘어니스트’ 역할을 맡게 되었고 FBI 수사관 ‘톰 화이트’는 요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시 플레먼스 가 연기한다.

■극 중 대사에서도 “오세이지족을 죽이는 것보다 개를 발로 차는 쪽이 유죄를 받기 더 받기 쉽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만큼 원주민은 사람을 취급하지 않는 백인들의 범죄행각이 영화 전반에 너무나 무덤덤하게 표현되는 것이 무서울 정도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마피아 범죄 영화들보다도 어떻게 보면 더 드라이하게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 오싹한 기분이 든다.

■로버트 드 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두 사람 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선보인다.

■뒤에서 모든 걸 조종하며 모든 범죄의 중심에 있는 ‘윌리엄 헤일’ 역할의 드 니로는 정말 뻔뻔하면서 겉과 속이 다른 캐릭터를 기가 막히게 해내서 배우 자체가 미워질 정도다.

‘어니스트’ 역의 디카프리오는 삼촌인 ‘헤일’이 시키는 대로 거의 본인의 정체성마저 없이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주는데 흔들리는 눈빛 연기를 기본으로 줏대 없는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 두 명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몰리’역의 릴리 글래드스톤의 연기력도 인상적이었다. 침착하면서도 계속해서 끊이지 않는 가족들의 죽음을 통한 상실감 등을 너무 피부로 와닿게 표현해냈다. 팬데믹 기간에 일거리가 없어서 배우를 관두려고 했었다는데 인재를 잃을뻔했다는 생각이…

■후반부에 전혀 예상치 못한 형식으로 이야기의 마무리를 짓는데 ‘영화적 체험’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굉장히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방법이었다. 또, 아주 반가운 인물도 볼 수 있다.

■‘갱스 오브 뉴욕’에 이어 또 한 번 거장의 손길로 피로 물든 미국의 어두운 역사의 한 부분을 또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오세이지 원주민들에게 바치는 참회록이자 진혼곡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