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값하는 영화 후기

6월 6일 6시 '악'의 탄생! 오컬트 / 호러 영화 '오멘: 저주의 시작 (The First Omen, 2024) 후기

쿠엔틴핀처 2024. 4. 4. 21:02

 

■감독: 아르카샤 스티븐슨

■출연: 넬 타이거 프리, 타우픽 바롬, 소냐 브라가, 랄프 이네슨, 빌 나이

공식 시놉시스: 수녀가 되기 위해 로마에 가게 된 ‘마거릿’(넬 타이거 프리).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그때, 믿음을 뒤흔드는 어둠의 그림자를 마주한다. 서서히 조여 오는 끔찍한 공포가 마침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 6월 6일 6시 사탄의 아이가 태어나고, 믿음이 향하는 곳이 뒤바뀐다!

■국내 개봉일: 2024년 4월 3일

■별점: 10개 만점 기준으로 ★★★★★★★★

 

■일반적으로 '프리퀄' 영화들이 그렇게 높은 만족도를 주기는 굉장히 힘들다.

- 일단, '프리퀄' 자체가 만들어 진다는 것은 기존 팬층이 두터운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의 앞부분에 해당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프리퀄' 이후의 내용을 모든 이들이 알고 있기도 해서 '얼마나 '본 편'의 이야기를 향해 창의적으로 재밌게 전개가 될 것인가'가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것 같다.

- 또, 원작의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이고 과거의 이야기일 경우 다른 배우들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텐데 기존 팬들이 새로운 배우를 그 캐릭터로 인정을 하냐 안 하냐도 관건이고 아예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는 경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동안 봐 온 가장 훌륭한 '프리퀄'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였다. 에피소드 4편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과 정말 자연스럽게 연결을 잘했기 때문에 4편의 바로 이전 이야기인 3.9편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멘: 저주의 시작' 역시 기존의 '오멘'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고전 영화 느낌도 잘 가져왔다. '오멘' 1편의 프리퀄 역할을 제대로 해내서 '오멘 0.9편'이라고 칭하고 싶다.

■기존의 '오멘'시리즈에서 '데미안' 탄생의 기원을 다룬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프리퀄'에서는 어떻게 데미안이 탄생하게 됐는지를 집중해서 보여준다. 일단, 영화에서 나온 '데미안' 탄생의 이유가 아주 섬뜩하면서 맘에 든다.

 

■스포일러 때문에 그냥 짧게 '잘못된 믿음'이라고만 얘기하고 넘어가겠다. 다른 작품의 예를 들어보자면 미국 드라마 '24'에서 '잘못된 믿음' 내지는 '삐뚤어진 애국심'으로 인해 본인은 조국을 위해 행하는 일이 부수적인 피해를 입히고 결국 다른 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테러리스트'나 똑같은 행위로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오멘: 저주의 시작'에서 보여준 것도 그와 비슷하게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유난히 오컬트 / 호러 영화에서 가톨릭교가 자주 등장하는데 1차적으로는 엑소시즘을 들 수 있겠지만 영화적으로 봤을 때 극적인 장면을 위한 시각적 효과로 사용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물들이 많아서 인 것 같다. 십자가상, 성직자의 의복, 양초, 조각상 등등

■'오멘: 저주의 시작'에서도 그런 가톨릭을 상징하는 여러 사물이 효과적으로 쓰인다. 무대가 되는 수도원 자체도 호러 영화 속 배경으로 음산한 기운을 시종일관 내뿜는다.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스케어'가 극 초반에 조금씩 나와서 '아 이거 '더 넌'같은 수준의 영화 일려나?'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는데 주인공 마가렛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초반에 몇 번 나올 뿐이고 극 전체를 '점프스케어'가 도배하진 않는다. 효과적으로 잘 쓰인 것 같다.

원작 영화에 대한 오마주도 잊지 않는다. 가장 유명한 장면이 이 영화에서도 비슷하게 나온다.

음향과 BGM이 주는 효과가 엄청나다.

 

1971년 당시 이탈리아의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는데 극 중에서 벌어지는 나라 전체의 분위기가 종교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고 결국 이 영화의 테마와는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바디 호러'가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특정 신체 노출 장면 때문에 NC-17등급을 받을 뻔했다는 뉴스가 나왔었는데 직접 영화를 보고 나니 좀 어이가 없었다. 물론, 글자 그대로 신체 노출 장면이라면 당연히 수위 높은 등급을 받아야 하는 게 맞지만 맥락상 어디까지나 여성이 느끼는 신체적 공포를 보여주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70~80년대의 바디 호러가 여성의 신체를 확실히 자극적으로, 착취적으로 사용했다면 이번 '오멘: 저주의 시작'에서는 '바디 호러'를 여성의 시점에서 보는 신체적 공포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 '마가렛'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데 한몫톡톡히 했던 명장면이라고 생각이 든다.

■'마가렛'을 연기한 넬 타이거 프리가 극 전체를 이끌고 가고 후반부에는 신들린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새로운 호러퀸의 등장인가!!!!

 

- 우연찮게 본인이 참여하는 팟캐스트에서 최근에 소개하면서 오랜만에 다시 관람했던 영화가 있다. 아마 다시 최근에 보지 않았다면 금방 알아채진 못했을 것이다.

- 극 중에서 넬 타이거 프리가 어떤 기괴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스포일러라 자세하게는 생략) 이 장면을 딱 보면서 '아, 그 영화의 그 장면을 오마주한 건가' 싶었는데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니 내 생각이 맞았다. 기분 정말 좋았음.

- 그 영화는 바로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포제션 (Possession, 1981)이다. 넬 타이거 프리와 이자벨 아자니 두 배우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마가렛'이 당시 상태를 표현하는 최고로 임팩트 있는 장면이었다.

■장편 데뷔작으로 이 정도 역량을 뽑아낸 감독의 차기작이 매우 궁금해진다. 좀 더 대놓고 수위 높은 '바디 호러' 장르 또는 1960~1970년대 이탈리아 호러영화 서브 장르인 '지알로' 스타일의 영화도 잘 만들 것 같다. '오멘: 저주의 시작'에서 보여준 깔끔한 영상미에 더해지는 고어함과 음악 사용법등을 생각해 보면 아카샤 스티븐슨 감독과 굉장히 잘 맞는 장르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