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값하는 영화 후기

한 남자가 순식간에 얻게 된 '명성'과 '몰락' 블랙 코미디 / 판타지 영화 '드림 시나리오 (Dream Scenario, 2023) 후기

쿠엔틴핀처 2024. 5. 31. 19:44

 

 

■ 시놉시스: 소심하고 평범한 생물학자 '폴 매튜스 (니콜라스 케이지)'가 여러 사람의 꿈속에 등장하게 되는데 꿈속에서 그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방관자로 나온다. 점점 그를 꿈에서 봤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폴'은 순식간에 유명인이 된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하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이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책을 출판하는데 이용하려고 욕망이 발현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의 꿈속에서 '폴'은 살인자로 돌변해 등장하고 많은 이들이 그를 불쾌하게 여기며 '폴'의 삶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해버리는데...

■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한 '캔슬 컬처'를 통해 명성을 쌓는 것도 순식간에 '빌런'이 되어 버리는 것도 전부 남들에 의해서 결정되어버린 남자의 이야기다.

이 영화의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아리 애스터 감독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데 영화 분위기를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하게 아리 애스터가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이 갈 정도다. 그의 영화 중 '보 이즈 오프 레이드'와도 비슷한 느낌의 영화다.

실제로 인생 굴곡이 많은 니콜라스 케이지를 캐스팅한 것도 아주 신의 한 수였다. 그 어떤 배우보다도 이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았을 것 같다.(물론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초중반까지 돋보이는 꿈 시퀀스의 적절한 활용으로 마치 큰일이 일어나기 직전에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잘 이어지며 '스티븐 킹' 소설이나 드라마 '블랙 미러'같은 느낌이 난다. 그리고 그 중간을 피식 웃을 수 있는 센스 있는 유머들로 중간중간 채워주면서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단, 꿈속 방관자 입장에서 갑자기 꿈속 범죄자로 돌변하게 되는 계기는 아마도 '폴'이 요행에 의해 얻은 명성을 기회로 생각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연관을 시켜서 뭔가 이득을 챙기려고 할 때부터 분위기가 급전환되는 것 같다.

■ 그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죄다 '폴'이 자신을 꿈을 꾼 뒤부터 그의 강의에 들어오지 않고 그가 가까이만 가도 도망가며 심지어 나중에는 학교를 관두라는 등 집단적인 따돌림을 하기까지 한다. 실제 행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이런다면 이해가 되는데 20살쯤 된 청년들이 현실과 꿈을 구분 못하고 어떤 사람을 적대시할 정도로 멍청하고 나약한 인간들인가? 하는 의문점이 생기긴 했다. 이 부분이 영화의 설정에서 이야기가 나아가는 방향에 무리수를 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 실제 저지르지도 않은 행위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게 옳냐 틀리냐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부분도 없을뿐더러 순식간에 역적 취급을 받는 분위기는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 후반부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실망스럽다. 엔딩에서 분위기가 바뀌고 뭘 얘기하고 싶은지 헷갈릴 정도였다. 갑작스럽게 쌓인 '명성'과 '캔슬 컬처'에 대한 비판이 주된 메시지였는지 아님 그 소재를 통해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초중반의 분위기를 깎아먹는 이상한 설정이었다.

■ 해피엔딩, 배드엔딩 그 어떤 것도 괜찮았을 텐데 궁여지책에서 나온 이상하고 미적지근한 엔딩이 되어버렸다. 인물들 간의 갈등에 대한 마무리 정도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 모든 이들이 '폴'에 대한 꿈을 꾸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나 '폴'의 행동 변화 등을 차라리 장르적 재미를 위해 조금 더 '호러' 내지는 '초현실'적인 느낌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훨씬 매끄럽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했다면 엔딩 또한 훨씬 광범위하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받아들여지기 쉬웠을 것이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신들린 연기와 기발한 설정, 몽환적인 꿈 시퀀스 연출 등으로 분위기를 한껏 만들어 놓았다가 후반부에 가서 이도 저도 아닌 영화처럼 끝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