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값하는 영화 후기

'만남'과 '이별'로 차곡차곡 쌓인 그리운 '추억'......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 (Robot Dreams, 2023)’ 후기

쿠엔틴핀처 2024. 3. 13. 22:24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2014년작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연출)

원작: 사라 바론의 그래픽노블 《로봇 드림》

개봉: 2024.03.13 

시놉시스: 1980년대 뉴욕 맨하탄을 배경으로 외롭게 혼자 사는 개 한마리가 TV를 보다가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둘은 절친이 된다. 어느날, 바다에 놀러 갔다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녹이 슬어서 움직일 수 없게 된 로봇을 두고 개는 혼자 돌아오며 이별을 맞이하는데…

■시대에 역행하는 듯한 심플해 보이는 2D 작화를 들고 나온 애니메이션이 포스터부터 따뜻함이 전해지면서 관심을 끌어서 너무 빨리 이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었다.

역시나 기대만큼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는 작품이었다.

장르가 희비극 (Tragicomedy)으로 되어 있는 걸 알았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막 신파극 수준의 울음을 터뜨리는 그런 비극이 아니다. 안타깝고 안쓰럽고 아련한 그런 종류의 슬픔이다. 그리고, 그 슬픔은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디딤돌 역할일 뿐이고… 그리고 이에 더해지는 귀여운 유머들도 중간중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80년대 뉴욕을 상징하는 여러 장소와 사물이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다. 롤러스케이트도 타고 쌍둥이 빌딩도 아직 존재하고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로 친숙해진 ‘킴스 비디오’에서 빌려온 비디오테이프도 보인다.

유명한 영화들도 여러편 오마주 하는데 어떤 영화들인지 맞춰보는 재미!

■뉴욕에 살아본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겐 애니메이션 자체의 스토리만큼이나 작화배경으로 전해지는 80년대 뉴욕에 대한 향수까지 더해져서 더욱 감동적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사 한마디 없이 진행되는 데도 그때그때 캐릭터의 표정과 상황으로 모든 감정이 전달된다. 대사를 넣지 않은 건 신의 한수!

■개와 로봇으로 빗대어 표현한 ‘인연’에 대해 아름답고 슬프지만 그게 삶의 끝은 아니라는 메세지를 전해주는 이 이야기는 일부러 애매모호하게 개와 로봇으로 설정을 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사랑일수도 또 어떻게 보면 우정일수도 있는 보편적인 인간 만남에서 이어지는 관계에 집중한다.

■‘인연’이라는 것은 스쳐지나갈수도 있고 '만남'과 '이별'은 주어진 시간과 환경에 의해서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다가올수도 있다는 것을 잘 그려냈다.

■신곡도 아니고 이미 익숙해서 수도 없이 들었던 팝송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 가 중요한 순간마다 울려 퍼지는데 극중에서도 신나는 댄스타임에 나오긴 하지만 애니를 다 보고나면 큰 여운이 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준 장치였다. 앞으로 이 노래 들을때마다 미묘하게 신나면서도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복잡한 감정이 들 것 같다.